혹, 주께서 허락하시면
우리는 인생을 계획하며 살아갑니다. 가정의 계획, 자녀의 계획, 일터의 계획, 교회의 계획을 세웁니다. 계획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우리가 아무리 잘 계획해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알 수 없는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 인생을 단순히 알 수 없는 인생이라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잠언을 보면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16:9)고 말씀합니다. 알 수 없는 인생이 아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6장 5절부터 9절에는 바울의 고린도 방문 계획이 나옵니다. 바울은 계획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 계획을 절대화하지 않았습니다. “혹, 주께서 허락하시면”이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길을 주님의 손에 맡겼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이러한 바울의 삶을 두 가지의 길로 인도해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돌아가게 하시는 길’입니다. 에베소에서 고린도까지는 배를 타면 며칠 만에 갈 수 있는 직선거리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천 킬로미터 이상의 험난한 마게도냐로 그를 돌려 세우십니다. 왜냐하면 그 길 위에 바울이 다시 돌아보고 돌보아야 할 연약한 교회들과 성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빠른 지름길로만 인도하지 않으십니다. 때로는 돌아보아야할 사람들을 위해 돌아가게도 하십니다.
두 번째는 ‘머물게 하시는 길’입니다. 바울은 고린도에 겨울 동안 머물렀습니다. 주님은 바울을 그 자리에 머물게 하심으로 오래 참고 신뢰하며 평생을 함께할 ‘동역자’를 빚어내셨습니다. 또한 복음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대적자가 가득했던 에베소에 오순절까지 더 머물게 하심으로, 시작하신 사역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매듭짓게 하셨습니다. 멈춤의 시간은 실패가 아니라, 동역자를 얻고 삶을 단단하게 매듭짓는 은혜의 기회입니다.
주님이 인도하시는 인생길에는 결코 ‘막다른 골목’이란 없습니다. 내 계획이 가로막히고 걸음이 지체되는 것처럼 보일 때, 그것은 주님이 우리를 버리신 것이 아니라 더 풍성한 주님의 일을 준비하시는 과정입니다. 주님은 사막에도, 바다 한복판에도 길을 내시는 신실한 우리의 목자이십니다. 이번 한 주간, 내 뜻대로 인생을 관철하려는 조급함과 고집을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모든 계획 위에 “혹 주께서 허락하시면”이라는 믿음의 고백을 올려드리며, 우리의 걸음을 가장 선한 곳으로 교정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열심에 삶을 온전히 맡겨드리는 복된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